청소년 관련기사

본문 바로가기


청소년 관련기사

알림마당
공지사항

[칼럼]2016.11.03 자녀의 성공보다 인성에 투자하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11-28 11:12 | 조회 1,790 | 댓글 0

본문

[금강칼럼] 자녀의 성공보다 인성에 투자하라

 

가족 구성원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자녀의 수는 적어진 반면 자녀에게 쏟는 관심의 정도는 더 높아졌다. 완구, 의류, 가구 등 키즈산업의 성장세를 보면 경기침체에도 자녀에게 사용하는 돈은 아끼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자녀의 인생도 부모가 계획하고, 아이가 그 계획에 맞출 것을 강요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계획에 따라 아이가 성공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동원한다.

최근 대통령의 비선실세로서 국정농단 등 큰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최순실 씨, 그의 딸 정유연(정유라로 개명) 씨를 성공시키기 위한 모정이 끔찍하다. 정 씨는 경복초등학교, 선화예술학교를 다니며 성악을 전공하려고 했었으나 선화예술학교 3학년 때 승마를 시작, 청담고등학교를 거쳐 지난해 체육특기자로 이화여대에 입학했다.

 

정 씨가 성장하면서 본 것은 무엇일까? 어린 시절 자신이 누군가의 뺨을 때려도 엄마는 제제하거나 대신 사과하지 않았다. 자신이 3등을 한 경기가 끝나자마자 심판들은 경찰에게 부정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았고, 문체부에서는 승마협회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결과 정 씨 측에도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제출한 문체부 국장, 과장은 경질당했고 결국에는 퇴직까지 해야 했다. 자신은 실력이 부족했지만 좋은 말이 있어 국가대표 선수가 됐고 동료 선수들 덕에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입학조건에 맞지 않았지만 승마복을 입고 금메달을 보여주자 이화여대에 입학할 수 있었다. 첫 학기에 학사경고를 받았지만 엄마가 학교에 갔다 오자 지도교수가 바뀌었고, 학교 교칙도 바뀌어 수업에 참여하지 않아도 학점을 받을 수 있었다. 인터넷에서 짜깁기로 비속어와 오타를 수정도 하지 않은 짧은 과제물도 교수의 친절한 첨삭지도를 받았고 학점을 받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승마훈련에 참여하지 않아도 서류 조작으로 훈련비를 받을 수 있었고, 대기업과 승마협회의 후원으로 독일에서 홀로 승마훈련을 받을 수도 있었다. 심지어 자신이 승마를 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 정부가 재단을 만들어 지원을 해주었다.

정 씨에게 최 씨가 보여준 것은 ‘성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엄마의 모습, 그리고 개인의 이익을 위해 규칙을 변경하고 공권력을 동원할 수 있는 자리에 오르는 것이 ‘성공’이라는 인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어떠한 사람이 되었는가? 과거에 썼던 그의 SNS 글이 인구에 회자됐다. “능력 없으면 네 부모를 원망해라. 돈도 실력이다.” 그는 자신의 성공이 부모의 금력에 기인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금력이 비공식적으로 획득한 국가 최고 권력으로부터 나온다는 것 역시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서는 자신이 가진 소위 ‘실력’에 대한 겸손함, 많은 혜택이 자신에게 주어졌을 때 가져야 하는 책임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찾아볼 수가 전혀 없다.

아마도 ‘엄마’ 최 씨는 자신의 ‘딸’ 정 씨가 성공하기를 간절히 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지금 모습이 성공한 모습일까? 이화여대의 한 학생이 정 씨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쓴 글에 그 답이 있다.

“누군가는 네가 부모를 잘 만났다고 하더라. 근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부럽지도 않아. 정당한 노력을 비웃는 편법과 그에 익숙해짐에 따라 자연스레 얻어진 무능. 그게 어떻게 좋고, 부러운 건지 나는 모르겠다. 이젠 오히려 고맙다. 네 덕분에 그동안의 내 노력들이 얼마나 빛나는 것인지, 그 노력이 모이고 쌓인 지금의 내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실감이 나. 비록 학점이 너보다 낮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너보다 훨씬 당당해. 너, 그리고 이런 상황을 만든 부당한 사람들에게 그저 굴복하는게 아니라 내 벗들과 함께 맞설 수 있어서 더욱 기쁘고 자랑스러워. 아마 너는 앞으로도 이런 경험은 할 수 없을 거라니, 안타깝다.”

자녀의 성공이라는 목적도 중요한 것이지만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 더 중요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과 권력을 갖는 것이 성공의 지표일 수 있지만 그러한 결과를 얻어내는 과정에서 정당성을 유지하는 것과 자신이 가진 힘에 대한 책임의 무게를 느낄 수 있는 것. 이러한 것들이 우리가 자녀 세대에게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말을 통해 가르쳐지는 것이 아니다. 자녀들은 어른들의 말을 통해 배우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의 행동을 보고 배우기 때문이다.

 

 

김민숙 대전시 서구청소년지원센터장

 

2016.11.03

http://www.gg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316879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